“빈대는 괜찮으시겠어요?”
아이들 키우는 집은 환경에 민감하다. 특히 뭐든 입부터 갖다 대는 구강기 아기들이 있는 집이면 예민함이 극에 달한다. 행여 먼지라도 주워 먹을까 눈에 불을 켜고 바닥을 살핀다. 하물며 벌레는 오죽하겠는나. 집안 바닥에서 하얗고 투명한 벌레 몇 마리를 보곤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길로 ‘세스코’를 호출했다. 집안을 둘러본 방제기사님이 곳곳에 좀벌레 트랩을 설치했다. 작업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던 기사님은 넌지시 ‘빈대’를 입에 올린다. 부모 입장에선 모골이 송연해지는 한 마디다.
그도 그럴 것이 온 나라가 ‘빈대’로 시끄러웠다. 서울, 인천, 대구에서 빈대 피해자가 속출한다는 뉴스에 눈살을 찌푸렸다. 실제로 피해 지역에선 각종 공용 시설이 셧다운되기도 했단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벌레가 사람 피를 마구 빨고 다닌다니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두 마리만 발견되어도 세 달 내 3000마리로 불어난다는 특유의 번식력도 끔찍하다. 가려움, 알레르기 반응, 수면 장애 등 아기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두렵기만 하다. 기사님이 넌지시 건넨 ‘빈대’ 한 마디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 어떤 마케팅보다 소구력이 큰 한 마디임이 분명했다. 세계 해충 방제 시장 규모가 30조원을 훌쩍 넘는 이유도 그래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