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의 비밀
초패왕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유방의 인재경영 방식
'위임'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의 비밀
2019.05.02 14:45 by 문태용

규모가 크지 않지만 나름 견실한 회사를 다니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몇 달 전 이전 직장보다 나은 급여와 직책을 제안받아 만족해하며 그 회사로 옮겼다. 이후 간혹 술자리 등 모임에서 만난 그 친구에게 새로 옮긴 직장에 대해 물었더니, '아직은 적응 중'이라며 멋쩍게 웃어 넘기기만 한다. 

그러다 얼마 전, 사무실 근처에서 볼일이 있다며 방문한 친구를 만났다. 다 큰 아저씨 둘이서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들이켜다 보니 역시 회사 이야기가 빠지질 않았다. 업무 강도, 상사 욕, 워라벨 등 늘 비스무리한 주제를 두루뭉실하게 꺼내 놓는 나와는 달리 친구는 "아, 난 이직하려고"라며 다짜고짜 뾰족한 얘기를 꺼냈다. 

"어? 너 이직한지 얼마 돼지도 않았잖아. 그리고 조건도 나름 만족해했었고…" 라며 묻는 내게 친구는 볼멘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직급이 팀장이면 뭘 하냐. 기획자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대표가 능력도 있고 여기까지 회사를 잘 이끌어온 것도 인정은 하겠는데… 이럴 거면 팀장이라는 직급이 뭐 하러 있나 싶다. 결국 대표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거잖아." 말을 마치고 맥주 한 잔을 들이켜더니 친구는 이내 말을 이었다. "요즘에는 새로 들어온 팀원에게 일을 가르쳐주는데 그게 거의 훈수를 두는 식이더라. 왜 이렇게 애를 들들 볶냐고, 나는 내 팀원에게 일을 깔끔하게 진행하기 위해 충분히 (팀원에게) 견해도 묻고 부족한 부분을 일깨워주었을 뿐이야… 그 녀석도 나의 이런 방식이 본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했다고!"

그 외에도 친구는 몇 가지 불만을 더 이야기했는데, 요약하면 대충 이랬다. 첫째, 대표가 팀장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 둘째, 회사의 분위기 때문인지 팀장의 자율권이 침해받고 있다. 사실 회사 분위기나 문화는 조직의 맨 위에 있는 대표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표가 '장'급의 인사를 못 미더워해 지나치게 자율권을 간섭하면 내부 직원들도 결국 나이나, 근속연수에 따라 다른 조직원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불만의 근본 원인은 조직의 '권한 위임'에 관한 문제다. 대게 중소, 중견기업의 사장님들은 앞의 사례처럼 혼자서 대부분의 문제를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설립한 대표는 당연히 자신이 회사에 가장 애정이 많을 수밖에 없고, 설립자 스스로가 해당 분야의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왕학의 고전인 『한비자韓非子』에서는 조직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처리하려는 리더를 하수라고 말한다.

"하급의 군주는 자기의 능력을 다하고, 중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다하게 하고, 상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다하게 한다."

下君盡己之能, 中君盡人之力, 上君盡人之智.

 - 『한비자韓非子』 팔경(八經)

또 한비자는 리더가 '장기'를 보이는 것도 위험하다고 말한다.

"대저 사물이란 그 적성이 있으며 재능도 쓸 데가 따로 있어서 각각 거기에 걸맞게 구실한다면, 위에 있는 자가 무위(無爲) 그대로 있을 수 있다. 닭에게 새벽시간을 알리게 하고 고양이에게 쥐를 잡게 하듯이 각자의 능력을 활용하면 위에 있는 자가 따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위에 있는 자가 장기를 앞세우면 모든 일에 균형을 잃는다. 자기 자랑이 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면 아랫사람에게 속임 당하기 쉽다. 구변 좋고 영리하다고 지나치게 자부하면 아랫사람이 빌붙어 일을 꾸민다. 위아래가 할 일을 바꾸면 나라는 그 때문에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

夫物者有所宜, 材者有所施, 各處其宜, 故上下無爲. 使雞司夜, 令狸執鼠, 皆用其能, 上乃無事. 上有所長, 事乃不方. 矜而好能, 下之所欺: 辯惠好生, 下因其材. 上下易用, 國故不治.

 - 『한비자韓非子』 양권(揚權)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볼 만한 일화가 있다. 중국에는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두고 벌인 초한 전쟁이라 불리는 유명한 역사가 있다. 당시 항우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 불리며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장수라 불리며 천하를 호령했고 유방은 이러한 항우에게 늘 패해 도망 다는 게 일이었다. 그러나 승리는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이 차지한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하고 공신들과 대화를 주고받은 일화가 전해진다.

"제후들과 장령들은 나를 의식하지 말고 모두 자기의 진실한 견해를 말해보라.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항우가 천하를 잃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유방의 질문에 고기와 왕릉은 생각에 잠겼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폐하는 성격이 데면데면하고 또 사람들에게 치욕을 주기를 좋아하지요. 항우는 마음이 착하고 사람을 잘 보살펴줍니다. 그러나 폐하는 점령한 성지와 빼앗은 땅을 언제나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 천하 사람들과 향락을 같이 누렸습니다. 하지만 항우는 재능 있는 사람을 질투하고, 공이 세운 사람을 살해하고, 재간 있는 사람을 의심하고, 승전을 하여도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땅을 빼앗고도 부하들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았는데 이것이 바로 그가 천하를 잃은 이유입니다."

그러자 한고조 유방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 사람은 그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계책을 짜고 책략을 꾸미고 전쟁의 승리를 결정하는 면에서 말하면 나는 장량보다 못하다. 강산을 지켜내고 백성을 안무하고 양초와 군사 보급품을 보장하는 면에서는 나는 소하보다 못하다. 백만 대군을 조직하고 지휘하여 백전백승 천하무적으로 싸우는 면에서는 나는 한신보다 못하다. 이들은 남다른 호걸들이다. 내가 재능은 없지만 이들을 잘 쓸 줄 알며 뿐만 아니라 난 일단 쓰면 의심을 하지 않는데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항우에게는 범증이라는 모사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신임과 중용을 받지 못했으니 이것이 바로 항우가 실패한 원인이다."  

이 일화는 자신이 스스로 '뛰어난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준다. 실리콘 밸리의 리더십 관련 전문가인 '리즈 와이즈먼'은 항우와 같은 리더십을 갖춘 사람은 '디미니셔(Diminisher)', 유방과 같은 리더십을 갖춘 사람은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라고 명명하며 조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리더는 유방과 같은 '멀티플라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

멀티플라이어 - 세상에는 사람을 더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만드는 리더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지성과 능력을 부활시키고 끌어낸다. 멀티플라이어는 집단 지성 바이러스에 열광하는 조직을 만든다.

디미니셔 - 지성과 능력을 없애는 마이너스 리더들. 그들은 지적인 사람은 드물고 자신만이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디미니셔는 역사에서 사라진 많은 제국들처럼 결국 무너지고 마는 조직을 만든다.

관리자들이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믿고 조직원들을 이끄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그러나 능력을 과신하여 조직원에 대한 신뢰를 잃고 독불장군식의 경영을 하게 된다면 본인과 조직원 모두들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베스트셀러인 『레버리지』의 저자 '롭 무어'는 권한 위임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팀의 규모가 커질수록 구성원을 관리하고 전달하는 일은 어려워진다. 많은 경영 전문가들은 한 명이 관리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을 여섯 명에서 일곱으로 꼽는다. 그 이상 관리해야 할 인원이 많아지면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가 줄고 압박감이 증가하여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리더는 관리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자율권을 제공하고, 직접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간섭하거나 중재하고 싶은 충동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그들을 고용하거나 업무에 합류시킨 것은 당신의 믿음과 신뢰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구성원의 일부는 성장하고 일부는 떠나갈 것이다."

(중략)

이제 구성원들에게 질문이 아닌 제안을 요구하라.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신뢰하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자율성을 제공하고 끊임없이 격려하라.

또한 하버드 경영대 리더십 전략으로 유명한 린다 'A 힐'과 '켄트 라인'도 그들의 저서인 『보스의 탄생』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권한 위임은 직원들 개개인과 함께 일하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관리자로서 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 또한 발휘하지 못한다. 권한을 잘 위임하려면, 현재의 역량 수준, 믿고 의지하는 사람의 유형, 현재 업무의 중요성, 실패 결과들, 업무 참여 수준을 두고 개인별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권한 위임에는 위험이 따르기도 하지만,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는 조직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위임을 한 직원들이 실수를 하거나 일을 망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 세계에 13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노우폭스 대표 김승호 회장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직원들이 업무를 진행할 때 잘못할 때마다 지적을 하면 기가 죽어 배우지 못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너무 세세하게 관여하면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매번 상사에게 의존하려 든다. 때때로 실수가 뻔히 보이는 일도 회사 망하는 일이 아니라면 기다려서 실패한 후에 배우도록 내버려 둔다. 가끔씩 복창이 터지는 기분이 들더라도 참아야 한다."

한게임, 네이버에 이어 현재 다음카카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범수 의장'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을 각 사업부나 프로젝트에 배치하고 권한을 위임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결국 좋은 리더의 능력이란 뛰어난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눈과 그러한 인재를 믿고 배치하는 판단력과 결단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치 출처 : 위키피디아 / 김범수 의장의 인재경영 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위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치 출처 : 위키피디아 / 김범수 의장의 인재경영 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위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리더는 적절한 선에서 권한을 양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조직이 커나가고 있는데도 대표가 일일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이가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되고 있는데도 밥을 떠먹여주는 부모와 다를 것이 없다. 이는 조직이 더 큰 회사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명심하라. '위임'은 리더가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leverage)'이다.

 

"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enlist in his serivce of better men tha himself"

여기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쓸 줄 알았던 사람 잠들다.

  -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묘비명

 

위즈앤비즈 문태용 에디터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문태용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운영. 건강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디지털 미디어 마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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