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과 맥스 레브친(Max Levchin),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Elon Musk),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 옐프의 창업자 제러미 스토플먼(Jeremy Stoppleman)…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의 멤버다. 이들은 본래 페이팔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로 페이팔의 성공 이후 따로 독립해서 각자의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실리콘밸리의 영웅들이다. 100개의 기업 중 99개가 망한다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 사이에서 이들이 유독 성공적인 창업 신화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인 피터 틸은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광신집단' 덕분이라고 말한다. 피터 틸은 그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광신집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열렬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오직 소속 구성원들하고만 어울린다. 가족도 무시하고 바깥세상을 저버린다. 그 대신 그들끼리는 강한 소속감을 경험하며 어쩌면 보통 사람들이 배척하는, 오직 몇 사람만 알고 있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조직을 우리는 광신집단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피터 틸이 말하는 '광신'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열정'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피터 틸이 말하는 몇 사람만 알고 있는 진실이란 조직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그 믿음은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고 조직 자체일 수도 있다.) 믿음은 구성원의 신념에 기반한다.

이것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신화적 개념'과도 일치한다.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물리적 힘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최상위에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 능력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에 나오는 내용이다.

"인간의 모든 대규모 협력은 결국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한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력처럼 실재하고 어길 수 없다고 믿는 일군의 규칙들이다. 특정 장소에 사는 모든 사피엔스가 같은 이야기를 믿는 한 그들은 모두 똑같은 규칙을 따르고, 그럴 때 이방인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규모 협력 네트워크를 조직하기가 쉬워진다. (중략)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믿음을 강화하면서 자기 영속적인 고리를 만든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믿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상호 확증을 거듭하며 의미의 그물망을 팽팽하게 만든다.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들만이 상호 주관적 의미망을 엮을 수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공동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법, 힘, 실체, 장소로 이루어진 그물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상의 질서는 한 지역에 전승되는 '신화'를 포함한다. 동일한 신화를 공유하는 집단은 상호 주관적 의미망으로 엮여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곧 소속감을 의미한다. 마치 대한민국 사람들이 같은 민족이라고 느끼는 이유가 같은 (단군)신화를 공유하기 때문인 것과 같다. 피터 틸이 말하는 광신 집단은 이러한 신화적 믿음을 공유한다. 그는 더 많은 연봉과 명예를 얻으며 구글에서 일할 수도 있는 사람이 자신의 회사에 들어올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회사의 미션이 가진 설득력을 설명할 수 있다면 직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일을 왜 우리가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의 고유한 중요성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하지만 위대한 미션마저도 충분치는 않다. 우리 회사가 그에게 개인적으로도 특별히 더 맞는 회사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그 누구도 약속할 수 없는 것을 약속하라. 연봉이나 특전(=직원 복지)을 가지고 2014년의 구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1999년의 구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로 페이팔의 조직원들은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페이팔 창업공신들 대다수가 SF의 매니아였고,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개인이 통제하는 디지털 화폐가 유통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약간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러한 공통의 세계관은 페이팔이 닷컴버블로 추락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시장에서 침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도 기업 경영에 대해 피터 틸과 비슷한 조언을 한다.

"일본식 경영이 좋다느니 미국식 경영이 좋다느니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답은 다른 곳에 있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인간으로서 공유할 수 있는 '이념'이라는 점이다. 리더는 인종과 언어, 세대 차이 역사와 문화 등에서의 차이를 넘어 화합을 이루고 존경을 얻어내야 한다. 인간으로서 공유할 수 있는 이념 아래 인간이라는 다양한 존재들이 하나로 마음을 모아 일하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피터 틸에 따르면 최고의 스타트업은 조금 덜한 정도의 광신 집단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차이는 광신 집단은 뭔가 중요한 부분에 관해 광적으로 '틀린'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피터 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최고의 기업은 '조금 덜한 광신 집단' 이라고 말한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이 놓친 무언가에 관해 광적으로 '옳다'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종류의 숨겨진 비밀은 컨설턴트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당신이 창업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먼저 조직원을 광신도로 만들어야 한다. 단지 돈이나 지위로는 최고의 기업을 만들 수 없다. 조직원들에게 현실을 규정하고 희망을 심어주어라. 그리고 당신의 제품(=가치)을 사는 사람들마저 광신도가 된다면 당신의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있을 것이다.

 

위즈앤비즈 문태용 에디터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