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스위트가 커피 한잔으로 혁신을 만들어낸 방법
혁신은 소통의 연장이다
훗스위트가 커피 한잔으로 혁신을 만들어낸 방법
2019.08.12 17:15 by 문태용

'훗스위트(HootSuite)'는 2008년 5명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 1000명이 된 스타트업 기업이다. 훗스위트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게시물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예약시간에 맞춰 게시물을 올려주고, 얼마나 도달했는지 데이터 분석도 해준다. 이용자가 1,500만 명이 넘고 기업 가치가 7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직원 수가 급증하다 보니 소통이 사라진 것이다. 창업자인 '라이언 홈스'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부서와 담당업무가 명확히 나눠지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료들 사이에 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번 벽이 생기자 벽은 점점 두터워졌고 직원들은 늘 같은 팀 동료들과만 일을 했다. 우리는 수많은 SNS를 하나의 SNS처럼 관리하게 해주는 회사다. 그런데 각 SNS를 담당하는 부서가 생기고, 부서 간 소통이 줄다 보니 특정 SNS에만 가능한 서비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팀에서 새 서비스를 시작하면 트위터에는 적용되지 않는 일이 생겼다. 고객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5명, 20명이 일할 때는 없던 문제였다. 그때는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없었다 그렇다고 5명이 머리 맞대고 일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회사가 커지면서 소통이 약해지는 것은 스타트업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자 난제다. 

라이언 홈스가 이같은 불통의 벽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훗날 정식 서비스로도 출시되는 훗스위트의 「랜덤 커피 randomcoffe - 전 직원들을 무작위로 매칭해서 커피 한 잔 나누도록 하는 이벤트」였다.

랜덤 커피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매주 전 직원 대상으로 접수 ▷ 미리 짜둔 알고리즘에 따라 신청자들을 직급, 성별, 나이 상관없이 두 사람씩 임의로 배정 ▷ 월요일 오전 상대의 사내 메신저 아이디가 적힌 메일 발송 ▷ 메신저로 커피 약속을 잡으면 매칭 완료

※ 장소는 회사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지만, 셀카를 찍어 사내 페이스북에 올리고 #randomcoffee라고 해시태그를 달아야 한다.

2016년 2월 첫 행사에 128명이 지원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바로 옆 부서인데도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던 동료도 있었다. 덕분에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동료와 고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하게 됐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어려운 점이 있으면 털어놓을 곳이 생겼다." 
"회사 생활에 활력이 됐다."

 

커피 한 잔이 만들어 내는 소통의 힘

라이언 홈스는 랜덤 커피 이벤트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도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업무에도 놀라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 부딪히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라이언 홈스)는 입사한지 일주일 된 애플 출신 직원과 커피를 마시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애플에 있을 때 자기 상사가 매주 전하고 싶은 내용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했다고 말해줬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채택했다." 

조직 내에서 랜덤으로 커피를 한 잔씩 먹는 게 업무능력 개선과 창의력 향상에 정말 도움이 될까? 유아의 경우 친구 네트워크를 많이 가진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라는 고전적인 연구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블록으로 지은 집을 보여주고, 블록으로 창문과 벽이 있는 자신의 집을 만들어보라고 한 다음, 그 집을 허물기를 다섯 번 반복했다. 창의성의 척도는 맨 처음 보여준 집을 모방하지 않은 정도로 삼았다. 실험 결과는 친구가 많은 아이들이 모방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로널드 버트(Ronald Stuart Burt)는 기업 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주 제안하는 사람이 (인적)네트워크에 뚜렷한 특징이 있다고 주장한다. 버트에 따르면, 영업 부서, 생산 부서, 마케팅 부서, 비서실 등 한 부서에서 친구 한 명씩을 사귀는 사람이 훨씬 더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네트워크 내에서 중첩되지 않은 관계를 맺는다.(특정 집단 안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으면 '네트워크가 중첩되었다'라고 말한다.) 버트는 이런 사람이 많은 조직에서 지식 이전이 잘 일어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한다.

 

직원들의 사내 홈페이지 댓글 연결망 그림 (좌) - 랜덤 커피 전 / 그림 - (우) 래덤 커피 후그림 출처 : Hootsuite Development 홈 페이지
직원들의 사내 홈페이지 댓글 연결망 그림 (좌) - 랜덤 커피 전 / 그림 - (우) 래덤 커피 후그림 <출처 : Hootsuite Development 홈 페이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MIT의 방사선실험실이 역사상 첫 비디오게임, 마이크로웨이브의 원리, 고속 사진, Bose사의 탄생, 컴퓨터 해킹의 발명 등 주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MIT는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모자라 시설 확장을 필요로 했다. 이 건물은 단 하루 만에 설계되었고, 단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단지 필요성만을 위한 지어진 이 건물은 급조된 설계 덕분에 복도는 매우 비효율적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비효율성이 과학자들의 창의력을 월등히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긴 복도에서 수없이 마주쳤고, 길을 잃어 서로에게 방향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본 건물을 임시적인 공간으로 인식하였기에 필요에 맞게 공간을 재배치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네트워크의 중첩현상이 사라진 MIT의 건물 특성은 이후에도 높은 학문적 성과를 이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전문성과 업무의 쳬계적 구분은 효율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지나치게 구조화 되고 경직된 조직문화는 기업이 혁신을 일으키는데 방해를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항상 혁신을 꿈꾸지만, 오너들은 창의적인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관리자라면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창의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공간을 재배치 하거나 커피 한 잔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참고 자료>

직원들간 무작위커피로 불통을 해결한 회사, 이재원기자, Ttimes, 2017.12.28,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7122815397766724&ref=face

How 2,000 Random Coffees Changed My Company's Culture,

Ryan Holmes , Forbes, 2017.12.11, https://www.forbes.com/sites/ryanholmes/2017/12/11/how-2000-random-coffees-changed-my-companys-culture/#6966ba0b4ffc

 

 

위즈앤비즈 문태용 에디터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문태용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운영. 건강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디지털 미디어 마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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